글또 10기를 지원하며 [삶의 지도]

2024. 9. 22. 22:29경험

[삶의 지도 제출]
자신의 삶 : 과거부터 현재까지에 대한 글을 작성한 후 URL을 제출해주세요!

 

삶의 지도

나는 단순하고 수퍼 미래지향적인 사람이다. 과거에는 크게 미련 두지 않고,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기대하며 살 뿐이다.
그러다 보니, 내 삶에 대해 되돌아본 적이 거의 없다. 아주 가끔 있긴 한데, 잘 먹고 잘 사는 미래를 위한.. 기업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다. 

이번 글또 지원을 통해 그간의 삶을 되돌아보며, 글로 작성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대학교 까지의 나

강원도 시골에서 태어나, 그저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교회 앞에 농구 골대가 하나 있었는데, 교회에 나오라는 목사님의 말씀은 거절한 채.. 그곳에서 친구들과 방과후에 농구를 줄곧 했었다. 중학생때는 온라인 게임도 좋아해서, 3일 동안 치르는 중간/기말고사 기간에도 새벽까지 워크래프트와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을 했었다. 

고등학교는 옆 동네에 있는 외국어 고등학교로 진학했는데, 한 달에 한 번 2박 3일 정기 외박이 있었다. 그러면 집에서 1박, 친구 집에서 1박을 할 정도로 친구들과 가깝게 지냈다. 

고3이 되어 수능을 치렀고,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받아들였다. 아버지는 재수를 권했지만 그냥 집에 부담이 되지 않는 대학교의 행정학과로 진학했다. 대학 생활을 하다가 졸업하기 전에 수능처럼 1~2년 시험 준비를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프로그래밍과 첫 만남

대학교 3학년이 되고서, 슬슬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공X기 사이트의 프리패스 수강권을 구매했다. 가격은 180만원이었고, 합격할 때 까지 수강할 수 있는 티켓이었다. 여느 날과 동일하게 행정학, 헌법 강의를 듣고 문제를 풀던 저녁에 옆에 있던 여자친구가 프로그래밍에는 관심이 없냐고 물었다.

당연히 개발에는 관심이 없었다. 개발을 접할 기회도 없었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지도 몰랐으니까. 여자친구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고, 나를 오랫동안 봐온 사람이라 일단 속는 셈 치고 그날 밤에 명령 프롬프트를 켰다. 

메모장에 "Hello World" 출력하는 코드를 따라 치고, 컴파일 한 다음 실행했다. 까만 터미널에 Hello World가 출력되었을 뿐인데 마음 속에는 아주 작은 빅뱅이 있었던 것 같다(다들 이렇게 영업하는 건가?)

오.. 꽤 재밌는데?  돈도 많이 준다고?  그럼 어디 한 번 해보자!! 하고 개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공X기 프리패스 권을 50만원에 처분했다.

빅뱅~

개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처음 접한 언어는 Java였다. 책으로 독학하기 시작했는데, 객체지향의 개념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다. 사실 모든 것이 다른 행성에 떨어진 것 처럼 낯설었다. 코드가 어떤 순서로 실행되는지도 몰랐고, 책의 내용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꽤 늦은 나이에 개발 공부를 시작해서, 펑펑 놀았던 과거의 시간들을 갚아야 했다. 하루라도 더 빨리 시작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가득했고 조바심도 났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잘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관심있는 게임이나 스포츠는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결국 원하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발은 갈 길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아직도 한참 멀었음).

 

개발자로서의 도전

Java를 했으면 Spring과 JPA를 학습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래서 각각의 강의를 구매해서 수강하는데, 아니 글쎄 Entity에 @Id로 PK를 지정한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데이터베이스 수업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때, 개발은 공무원 시험처럼 java, spring 강의 진도만 쭉쭉 나간다고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개발을 시작하고, 허술하게 쌓은 지식의 상아탑이 붕괴되는 순간이었다. 

졸업하기 전 까지 남은 학점들을 컴공과 수업으로 채워넣었다. 대부분 4학년 수업이라 이해하는데에 쉽지 않았지만 뭐 어쩔 수 있나.. 그래도 논술형 문제가 대부분인 행정학과 수업보다는 학점을 훨씬 잘 받아서 다행이었다.  

졸업하는 학기에는 데브코스라는 부트캠프를 병행했다. 6개월 동안 백엔드 개발자에게 필요한 지식들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독학에서 벗어나 동료들과 함께 학습하고, 공유하면서 한번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첫 직장

데브코스를 수료 하고, 현재 다니는 회사에 인턴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유저의 계정, 인증/인가, 알림 서비스의 도메인을 다루는 팀으로 배정이 됐다. 백엔드 개발자로서 MSA 관련 기술스택을 자유롭게 사용해보며 시각도 한층 넓어지는 경험을 했다. 또, '최고의 복지는 동료'라는 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는지 팀장님부터 팀원들까지 모두가 커뮤니케이션에 열려 있었고, 코드에서도 배울 점이 정말 많았다.
나 역시도 다른 동료들에게 최고의 복지가 되기 위해 틈틈히 공부를 하고 있다 ㅎㅎ. 이 노력들이 모여 나중에 결실을 맺기를 바라며..